프라하의 ‘프라하 성’과 역사
‘프라하 성’은 체코의 역사에서 가장 중심적인 위치를 지켜 온 상징적 공간입니다. 9세기 말 보르지보이 1세에 의해 처음 세워진 이래, 이곳은 체코를 비롯한 보헤미아 왕국, 신성로마제국, 체코슬로바키아 그리고 현대의 체코 공화국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권력의 중심지였습니다.
중세에는 보헤미아 왕들이 이곳에서 통치를 했고, 이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였던 카를 4세가 프라하를 제국의 수도로 삼으면서 프라하 성의 정치적 위상은 더욱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1618년, 체코 역사상 매우 중요한 사건인 ‘제2차 프라하 defenestration(창밖 투척 사건)’이 바로 이곳 프라하 성에서 발생했습니다. 이는 30년 전쟁의 도화선이 되었고, 유럽 전역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후 합스부르크 왕가가 이 지역을 지배하면서 프라하 성은 오스트리아 제국의 지역 행정 중심지 기능을 수행했으며, 다양한 정치적 변화 속에서도 성은 늘 권력의 상징으로 남았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체코슬로바키아가 독립하면서, 초대 대통령 토마시 마사리크는 프라하 성을 공식 대통령 관저로 지정해서 사용했습니다.
오늘날에도 체코 대통령의 공식 집무실과 접견실이 이곳에 위치하고 있어 여전히 국가 정치의 중심지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역사적 전환과 정권의 부침 속에서도 프라하 성은 항상 체코의 정치적 정체성과 역사적 기억의 핵심 장소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프라하 성’과 건축
‘프라하 성’은 약 1,000년에 걸쳐 다양한 시대의 건축 양식이 더해진 복합 건축물로서, 유럽 최대 규모의 고대 성곽 중 하나입니다. 초기에는 목조 요새 형태로 시작되었지만, 이후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과 건물들이 세워지면서 그 구조에 다양성이 추가되었습니다. 특히 10세기에는 성 비투스 대성당의 전신인 로툰다가 세워졌고, 14세기 카를 4세 시기에는 고딕 양식으로 본격적인 성당이 착공되었습니다. 이 고딕 성당은 건축 기간만 수백 년에 걸쳐 진행되었고, 20세기에 들어서서야 완공되었습니다.
고딕 양식의 높은 첨탑과 스테인드글라스, 세부 조각들은 체코 중세 건축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를 거치면서 프라하 성의 외곽과 궁전, 정원에는 다양한 양식이 혼합·적용되었으며, 합스부르크 왕가의 통치하에서 다시 궁전의 대규모 개조가 진행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스페인 홀(Spanielský sál)이 있으며, 이는 바로크 양식의 화려함을 극대화한 공간으로 평가됩니다. 또한 황금소로(Zlatá ulička)는 중세 말기의 소규모 주거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입니다. 이곳에는 16세기에 연금술사들이 거주했으며, 프란츠 카프카가 한때 집필에 사용했던 집도 존재합니다.
건축적인 측면에서 프라하 성은 단일한 양식으로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고 풍부한 레이어를 지닌 공간으로, 각각의 건축물이 시대별 체코의 문화와 예술, 권력을 세밀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프라하 성’과 전경
프라하 성은 블타바 강의 서쪽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서 도시의 전 지역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성 내부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물론, 강 건너편에서 올려다보는 전경 역시 프라하를 대표하고, 프라하가 자랑하는 풍경 중 하나입니다. 특히 까를교에서 바라보는 프라하 성은 붉은 지붕과 고딕 양식의 첨탑, 웅장한 성곽이 어우러져 중세 유럽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구현해냅니다.
해질 무렵이 되면 석양빛이 성을 붉게 물들이고, 어두워짐에 따라 성 전체에 조명이 밝혀져 환상적인 야경이 연출됩니다. 성 내부의 정원과 광장, 테라스에서도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데, 특히 성의 남쪽 정원에서 바라보는 프라하 시내 전경은 포토 스팟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봄에는 만개한 벚꽃과 함께 시내의 붉은 지붕들이 어우러지며 한 폭의 유화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고, 겨울철에는 눈 덮인 지붕과 고요한 도시 전경이 어우러져 낭만적인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또한 프라하 성은 시간에 따라서도 매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아침 햇살이 성벽을 비추는 장면이나 안개 낀 이른 아침의 모습은 프라하 특유의 고요하고 신비로운 매력을 한껏 드러내며 그 존재감을 마음껏 뽐냅니다.
프라하 성은 그 자체로 높은 지대에 있기 때문에 관람객들이 어느 방향에서든 프라하의 구시가지, 강, 다리, 언덕까지 아우르는 탁 트인 풍경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프라하 성의 전경은 단순한 건축물의 배경을 넘어 도시 전체의 정체성과 미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상징적 이미지로 여행객들의 마음 속에 남을 것입니다.